월급은 매달 들어오는데, 모인 돈은 왜 없을까.
20대 때 나는 통장을 하나로만 썼다.
들어오는 돈도, 나가는 돈도 전부 그 통장 하나에서 뭉뚱그려졌다. 정확히 얼마 들어오고 얼마 나가는지 몰랐다. 그냥 "이 정도면 되겠지" 하고 썼다.
그 결과가 뭐였냐면, 일은 늘 하는데 모은 돈이 없었다.
여행은 다녔다. 그리고 그 여행 갔다 오면, 다음 여행을 위해 또 모으고, 모은 돈은 또 여행 가는 데 썼다. (지금 생각하면 이건 그냥 자금의 순환이었다.)
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월급날과 카드값 나가는 날이 같았다는 거다.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카드값이 빠져나가니, 통장 잔고는 늘 며칠만 지나면 다시 0에 가까워졌다.
퇴직연금.. 아니, 이번엔 통장 얘기다. 다시 정리해보자.
이 글은 20대 때 통장 하나로 돈이 새던 경험과, 지금 실제로 쓰고 있는 4개 통장 구조를 정리한 것이다.
돈이 안 보이니까 안 모였다
한 통장으로 쓰던 시절, 문제는 단순했다.
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이 한곳에 섞여 있으니, 지금 얼마가 '내 돈'이고 얼마가 '이미 나갈 돈'인지 구분이 안 됐다.
카드값이 빠질 돈인지, 다음 달 생활비인지, 그냥 남은 돈인지 통장 잔고 숫자 하나로는 알 수가 없었다. 그러니 잔고에 여윳돈이 좀 있어 보이면 그냥 썼다. 실제로는 다음 주에 나갈 카드값이었는데도.
잔고가 있어 보인다고 내 돈은 아니었다.
지금은 이렇게 나눠 쓴다
지금은 통장을 역할별로 4개 나눠서 쓰고 있다.
- 신한은행 — 월급통장: 월급이 들어오는 곳. 여기서 각 통장으로 자동이체가 나간다.
- 국민은행 — 카드값통장: 카드값만 빠져나가는 통장. 여기 잔고를 보면 이번 달 고정 지출이 얼마인지 바로 보인다.
- 우리은행 — 대출통장(주택담보대출): 대출 원리금 상환용. 이것도 따로 빼두니 매달 얼마가 고정으로 나가는지 헷갈릴 일이 없다.
- 카카오뱅크 — 파킹통장: 당장 안 쓰는 돈을 잠깐 넣어두는 곳. 여기 있는 돈은 "생활비도 카드값도 아닌 진짜 남는 돈"이라는 게 명확하다.

투자는 이 4개와 별도로 삼성증권사 앱에서 ETF위주 하고 있다. 지금 비중은 대략 소비 70 : 투자 30 정도다.

솔직히 이 비율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. 사람마다 소득, 고정비, 대출 유무가 다 다르니까. 다만 예전처럼 "얼마 쓰는지도 모르고 쓰는" 상태에서 "최소한 이 정도는 투자로 넣는다"는 기준이 생긴 것 자체가 큰 차이였다.
투자 30, 소비 70 — 이 비율을 정하게 된 이유
처음엔 비율 같은 거 없이 그냥 남는 돈으로 투자했다. 그러다 보니 어떤 달은 투자금이 0원이었고, 어떤 달은 갑자기 크게 넣기도 했다.
지금은 월급이 들어오면 먼저 투자 계좌로 30%를 자동이체 해두고, 나머지 70%로 카드값, 대출, 생활비를 감당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꿨다. 순서를 바꾼 것만으로도 "남으면 투자"에서 "투자부터, 남은 걸로 생활"로 바뀐 거다.
이 비율이 누구에게나 맞는 건 아니다. 대출 상환이 있는 상황이라 30%도 사실 여유 있는 편은 아니다. 다만 최소한 이 비율만으로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낫다.
통장 나누기, 이 순서로 해보면 된다
읽으시는 분들도 한 번 정리해보면 좋겠다.
-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과, 고정 지출(카드값·대출)이 나가는 통장을 분리한다
- 카드 결제일을 월급날과 겹치지 않게 조정한다
- 투자는 남는 돈이 아니라 먼저 이체되도록 순서를 바꾼다
- 당장 안 쓰는 돈은 파킹통장처럼 따로 빼둬서 "진짜 여윳돈"을 눈에 보이게 만든다
거창한 시스템이 아니어도 된다. 통장 하나에 다 섞여 있던 걸 역할별로 나누는 것, 그거 하나만 해도 돈이 어디로 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.
20대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
그때는 몰랐다. 통장을 나누는 게 뭐라고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.
여행 가고, 그 다음 여행을 위해 또 모으고, 모은 돈은 또 여행 가는 데 쓰던 그 패턴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. 다만 그게 "선택"이 아니라 "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"이었다는 게 아쉬웠다.
지금은 최소한 소비와 투자가 어떤 비율로 나가고 있는지는 안다. 그것만으로도 예전보다 훨씬 낫다.
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한 후기이며, 특정 금융상품을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. 계좌 구조나 비율은 본인의 소득과 상황에 맞게 조정하시길 권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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